폭우·안개 속 자동 비상제동(AEB) 성능 비교, 카메라만 탑재한 테슬라가 라이다 장착 중국 전기차를 앞지른 까닭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내 차의 안전은 어느 수준일까.
니오EL6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주말을 앞두고 변덕스러운 봄비가 예고된 요즘, 빗길 운전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짙은 안개나 폭우로 시야 확보가 어려울 때 운전자들은 차량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에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최신 기술이라는 자동 비상제동 시스템(AEB)을 무조건 믿어도 괜찮을까. 최근 독일 자동차 협회 ADAC가 내놓은 평가 결과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평가는 단순히 센서 개수나 하드웨어 사양이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줬다. 오히려 센서 데이터를 해석하고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완성도가 실제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했다. 특히 이번 테스트에서 드러난 중국 전기차의 의외의 부진, 카메라만으로 상위권에 오른 테슬라, 그리고 최종 승자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첨단 센서의 배신, 라이다도 소용없었다
벤츠 CLA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가장 주목받았던 차종 중 하나는 중국 니오의 EL6였다. 지붕에 돌출된 라이다(LiDAR)와 여러 카메라, 레이더까지 장착해 하드웨어 사양만으로는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특히 짙은 안개 상황에서 라이다 센서는 공기 중 미세한 물방울에 신호가 교란되며 전방 장애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BYD 씰에서 발견됐다. 레이더와 카메라를 기반으로 했음에도 폭우와 안개 속에서 시스템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ADAC가 최하위로 꼽은 결정적인 이유는 제동 성능보다도 시스템의 ‘침묵’이었다.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운전자에게 어떠한 경고조차 보내지 않은 것이다. 이는 운전자에게 잘못된 안전 신호를 줘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지적됐다.
카메라 하나로 선방한 테슬라, 빛에는 약했다
BYD 씰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반면, 테슬라 모델 Y는 업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고가의 라이다나 추가 레이더 없이 오직 카메라에만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종합 2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대부분의 악천후 시험에서 안정적으로 장애물을 인식하고 제동까지 성공하며 소프트웨어 기술력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테슬라 역시 완벽하지는 않았다. 해가 정면에 낮게 떠 강한 역광이 비치는 상황에서는 사물을 인식하고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아찔한 순간이 포착됐다. 이는 카메라 기반 시스템이 가진 본질적인 한계로, 실제 도로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남았다.
진정한 승자는 벤츠, 비결은 소프트웨어
폭우, 안개, 역광 등 세 가지의 가장 까다로운 조건에서 모두 가장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준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CLA였다. 복합 센서를 사용한 점은 다른 차들과 같았지만, 각 센서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정교하게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완성도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어냈다.
물론 벤츠 역시 보행자 횡단 상황에서 제동 반응이 순간적으로 지연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이는 현재 기술로 100% 완벽한 안전 시스템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오는 2026년부터 유로 NCAP의 AEB 평가 기준이 더욱 강화될 예정인 만큼, 이 같은 악천후 대응 능력은 앞으로 자동차를 선택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기준이 될 것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