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상징 911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 SUV·스포츠카 라인업은 대격변 예고



포르쉐가 브랜드의 상징인 ‘911’에 대한 미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전기차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포르쉐는 오히려 다른 길을 택했다. 핵심은 ‘하이브리드’ 기술의 유지와 과감한 ‘라인업 정리’다. 수많은 포르쉐 팬들의 예상을 뒤엎은 이 결정의 배경에는 복잡한 계산이 깔려있다.

포르쉐가 911 전기차를 만들지 않는 진짜 이유



경쟁사들이 앞다퉈 전동화 전환을 서두르는 것과 달리, 포르쉐는 911에 대해 명확한 선을 그었다. 최근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공개된 ‘전략 2035’의 예고편에서 그 의지가 드러난다. 마이클 라이터스 포르쉐 CEO는 “순수 전기 911은 결코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가 이토록 단언하는 이유는 911의 정체성 때문이다. 포르쉐는 911에 적용될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단순한 과도기적 기술이 아닌, 911의 생명력을 이어갈 미래 핵심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내연기관의 감성을 유지하면서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911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는 판단이다.





하이브리드와 라인업 정리로 승부수를 던지다



911과 다른 모델들의 운명은 완전히 갈린다. 포르쉐는 마칸과 카이엔 등 주력 SUV 라인업의 전동화를 적극 추진하며 내연기관과 전기차 모델을 함께 운영한다. 차세대 718 박스터와 카이맨 역시 가솔린과 전기차 버전이 동시에 출시될 예정이다.

심지어 카이엔보다 더 큰 3열 플래그십 SUV도 개발 중이다. 당초 순수 전기차로 계획됐지만,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내연기관 모델을 먼저 선보이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신차 확대와 동시에 모델 구성은 단순화한다. 라이터스 CEO는 “현재 포르쉐 라인업이 경쟁사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인정하며 일부 모델과 트림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미국 시장에서는 타이칸 스포츠 투리스모와 크로스 투리스모 판매가 종료됐다. 이는 포르쉐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중요한 신호다. 원하는 모델의 특정 트림이 예고 없이 단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포르쉐는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라는 세 가지 동력원을 모두 유지하는 유연한 전략을 택했다. 자동차 업계의 대세가 전기차로 기우는 가운데, 브랜드의 심장인 911만큼은 하이브리드 기술로 지켜내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며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