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GAC 등 현지 브랜드보다 낮은 성능에도 ‘완판’ 기록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페라리의 저력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 ‘루체’가 중국 시장에서 논란과 함께 완판 기록을 세웠다. 현지 브랜드의 절반 수준 성능이라는 평가에도, 출시와 동시에 초도 물량 88대가 모두 주인을 찾았다. 이는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페라리의 브랜드 가치와 가격 저항에 대한 시장의 답을 보여주는 동시에, 중국 초고가 시장의 특수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사건이다.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 뒤에는 복합적인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페라리는 최근 중국 시장에 첫 전기 세단 ‘루체’를 공식 출시했다. 판매 가격은 398만 8,000위안, 한화로 약 7억 6000만 원에 달하는 높은 금액이다. 그럼에도 중국에 배정된 초도 물량 88대는 계약 시작과 동시에 모두 판매 완료됐다. 일각에서 제기된 ‘충성도 테스트’ 논란, 즉 기존 고객에게만 구매 자격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페라리 측은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중국산보다 낮은 성능에도 지갑을 열게 한 이유
기술적 사양만 놓고 보면 루체의 완판은 의외의 결과다. 루체는 최고 출력 1,036마력, 122kWh 배터리 팩을 탑재하고 350kW급 초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는 이미 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전기차들이 존재한다.
BYD의 양왕 U9이나 GAC의 하이퍼 SSR 같은 모델은 루체보다 높은 출력과 가속 성능을 갖췄음에도 가격은 절반 이하다. 그럼에도 페라리는 다른 길을 택했다. 루체는 순수 성능 경쟁을 위한 모델이 아닌, 5인승 럭셔리 그랜드 투어러(GT)를 지향한다. 이는 절대적인 수치보다 브랜드 가치와 희소성을 중시하는 고객층을 정조준한 전략이다.
초고가 시장의 문법은 달랐다
루체의 흥행은 중국 초고가 럭셔리 시장의 소비 패턴을 명확히 보여준다. 현지에서는 루체를 ‘400만 위안짜리 달리는 자동차’로 부르며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부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는 수십억 원대 자산가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성능 지표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브랜드가 주는 상징성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기술력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지만, 수십 년간 쌓아온 페라리의 헤리티지와 브랜드 파워는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영역이다. 결국 이번 루체의 완판은 초고가 럭셔리 시장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전통 브랜드가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남았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