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은 미래, 디자인은 현재. 랜드로버가 전기차 전용 디자인을 포기한 진짜 속내
542마력에 800V 초급속 충전까지, 익숙한 외관 속에 숨겨진 압도적 스펙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제원보다 다른 곳에 쏠린다. 바로 전기차 전용 디자인을 채택하지 않은 ‘익숙한 디자인’ 때문이다. 랜드로버의 이런 선택 뒤에는 강력한 성능을 뒷받침하는 기술력과 기존 고객을 붙잡으려는 치밀한 시장 전략이 숨어있다. 새로운 전기차의 등장이지만, 그 방식은 경쟁사와 완전히 다르다.
익숙한 디자인을 고수한 진짜 배경
레인지로버 스포츠 일렉트릭의 외관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판박이다. 막힌 전면 그릴과 사라진 배기구 정도가 전기차임을 암시하는 유일한 단서다. 실내 역시 고급 소재와 간결한 수평형 대시보드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대형 디스플레이 중심의 인터페이스도 그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이는 ‘새로운 전기차’라는 인상보다 ‘기존 레인지로버’의 가치를 강조하려는 브랜드의 명확한 전략이다. 경쟁사들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할 때, 랜드로버는 기존 충성 고객들이 느낄 이질감을 최소화하는 길을 택했다. 기존 레인지로버 오너라면 운전석에 앉았을 때 큰 위화감 없이 전기차로 넘어갈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성능은 조금도 타협하지 않았다
디자인은 익숙하지만 속은 완전히 다른 차다. 신차는 내연기관부터 순수 전기차까지 아우르는 MLA(Modular Longitudinal Architecture)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전륜과 후륜에 각각 전기모터를 장착한 듀얼모터 시스템은 사양에 따라 최고 444마력에서 542마력의 막강한 힘을 낸다.최대토크는 850Nm에 달해 거대한 차체를 가뿐하게 밀어붙인다. 여기에 118.5kWh에 달하는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미국 EPA 기준 약 531km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추가 충전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장거리 주행에 대한 불안감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랜드로버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이라는 랜드로버의 정체성도 전기차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채택해 최대 350kW급 초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AESC가 공급하는 원통형 배터리 셀을 사용하며, 대용량 배터리임에도 충전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에어 서스펜션과 후륜 조향 시스템은 온로드 안정성과 저속 선회 능력을 높인다. 특히 험로 주행을 위해 개발된 원 페달 드라이빙 기능은 전기차의 특성을 오프로드에 영리하게 접목한 사례다. 가속과 감속을 하나의 페달로 정밀하게 제어하며 험로 돌파력을 유지하겠다는 브랜드의 의지가 엿보인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일렉트릭은 기존 가솔린, 디젤 라인업을 대체하는 모델이 아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네 번째 파워트레인 선택지로 라인업에 추가된다.
때문에 가격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보다 높게 책정될 것이 확실시된다. 익숙함과 강력한 성능을 동시에 내세운 레인지로버의 전기차가 벤츠와 BMW가 주도하는 고급 전기 SUV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