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냐 하이브리드냐, 고민 자체를 없애버린 벤츠의 한 수
단순 주행거리 경쟁이 아니었다
프리미엄 콤팩트 SUV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기차로 넘어가자니 충전이, 하이브리드를 택하자니 아쉬움이 남는 탓이다. 장거리 주행이 잦다면 고민의 무게는 더 커진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공개한 신형 GLA는 이 지점을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단순히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다양한 주행 환경을 고려한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을 꺼내 들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한 차체에 모두 담아낸 이 전략은 경쟁 모델인 제네시스 GV60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주행거리보다 선택지에 집중한 이유
벤츠의 선택은 명확했다. 전동화 시대에도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겠다는 것이다. 신형 GLA는 순수 전기 모델 3종과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함께 운영한다.
최근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집중하는 흐름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는 모든 소비자가 전기차에 100% 만족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도심 출퇴근 위주라면 보급형 전기차나 하이브리드가, 장거리 운행이 잦다면 주행거리가 긴 상위 전기 모델이 합리적인 선택지가 된다.
657km 주행거리는 숫자 그 이상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GLA 250+ 일렉트릭 모델이다. 85kWh NCM 배터리를 탑재해 WLTP 기준 최대 657km를 주행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추가 충전 없이 갈 수 있는 거리다.
단순히 주행거리만 긴 것이 아니다. 320kW 초급속 충전을 지원해 단 10분 충전으로 최대 270km를 더 달릴 수 있다. 장거리 이동 중 충전 스트레스를 크게 줄여주는 핵심 사양이다.
제네시스 GV60 오너들이 한숨 쉬는 지점
경쟁 모델인 제네시스 GV60, 볼보 EX40과 비교하면 신형 GLA의 전략은 더욱 뚜렷해진다. GV60은 고성능을, EX40은 단순한 라인업을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하이브리드 선택지는 제공하지 않는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층을 흡수하기 어려운 구조다.
신형 GLA는 이전 세대보다 휠베이스를 61mm, 전장을 155mm 늘려 실내 공간까지 개선했다. 2열 무릎 공간은 최대 38mm 넓어져 패밀리카로 활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이런 실용성 강화는 GV60 오너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변수는 남아있다. 미국 시장 출시가 2027년 하반기로 예정된 만큼, 국내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최종 가격이 어떻게 책정될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그럼에도 신형 GLA의 등장은 프리미엄 콤팩트 SUV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전기차냐 하이브리드냐’는 질문에 ‘둘 다 가능하다’는 답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운전 습관과 환경에 맞춰 차를 고르고 싶은 소비자라면, 이 차의 국내 출시를 기다려볼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