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F 지수 맹신은 금물! 자외선 차단 효과 제대로 못 보는 5가지 흔한 실수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해변과 수영장은 활기를 띠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뜨거운 태양을 즐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렬한 햇볕만큼이나 자외선 차단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무심코 저지르는 사소한 실수들이 오히려 피부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 젊은 여성이 심한 물집이 잡히는 일광화상으로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던 사례는 자외선 차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당시 여성은 피부를 통해 다량의 수분과 전해질이 손실되어 수액 치료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이러한 물집을 동반한 화상은 단순한 피부 붉어짐을 넘어, 심각한 상처 치료가 필요하며 피부암 발생 위험을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사소하게 여겼던 자외선 차단 습관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건강하고 안전한 여름을 나기 위해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치명적인’ 자외선 차단제 사용 실수 5가지와 올바른 대처법을 심층적으로 알아본다.
실수 1: 자외선 차단제를 ‘무한 태양열 이용권’으로 착각하기
가장 흔하고 위험한 실수 중 하나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마치 완벽한 갑옷을 입은 것처럼 생각하고 몇 시간이고 야외 활동을 즐기는 것이다. 자외선 차단제는 화상을 입을 위험을 줄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외선 노출 자체를 100% 막아주는 ‘만능 방패’는 결코 아니다.자외선은 피부 노화와 깊은 주름, 색소 침착을 유발하는 UVA(자외선 A)와 피부 표면에 화상을 일으키고 피부암의 주원인이 되는 UVB(자외선 B)로 나뉜다. 시중의 ‘광범위 차단(Broad-spectrum)’ 제품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막아주도록 설계되었지만, 차단제를 발랐다 하더라도 피부는 여전히 상당량의 자외선에 노출된다. 특히 자외선 지수가 가장 높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장시간 햇볕에 노출되는 것은 차단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피부 노화와 피부암 위험을 높이는 행위다.
올바른 방법: 자외선 차단제는 최소한의 방어 수단으로 여기고, 물리적인 차단 방법을 병행해야 한다. 챙이 넓은 모자,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UPF) 의류를 착용하고, 가능한 한 그늘에 머무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햇볕이 가장 강한 시간대에는 직접적인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명하다.

실수 2: SPF 지수가 포함된 메이크업 제품에만 의존하기
최근에는 SPF(자외선 차단 지수)가 포함된 파운데이션, 쿠션, 틴티드 모이스처라이저 등 멀티태스킹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쁜 아침 시간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품만으로는 충분한 자외선 차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자외선 차단제가 제품에 표기된 SPF 지수만큼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양을, 그리고 피부 전체에 균일하게 도포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권장량은 피부 면적 1㎠ 당 2mg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이크업 제품을 얇고 가볍게 바르기 때문에 실제 차단 효과는 표기된 지수에 훨씬 못 미치게 된다. 이는 자외선 차단 기능을 ‘추가 보너스’ 정도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올바른 방법: 스킨케어 마지막 단계에서 전용 자외선 차단제를 권장량만큼 먼저 바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얼굴에만 바를 경우, 보통 손가락 두 마디에 걸쳐 짜낸 양(약 0.8~1g)이 적절하다. 자외선 차단제가 피부에 완전히 흡수되고 마를 때까지 몇 분간 기다린 후, 그 위에 메이크업 제품을 덧바르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실수 3: 충분한 양을 바르지 않거나, 특정 부위를 놓치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외선 차단제를 권장량보다 훨씬 적게 사용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차단 효과를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다. 또한, 얼굴 중앙 부위는 꼼꼼히 바르면서도 정작 자외선에 취약한 부위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피부암이 자주 발생하는 부위 중 하나인 귀, 헤어라인, 관자놀이, 목 뒤, 입술, 손등, 발등 등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때 간과하기 쉬운 ‘사각지대’다. 특히 머리숱이 적거나 가르마를 탄 부위의 두피 역시 강한 자외선에 직접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올바른 방법: 얼굴에는 앞서 언급된 ‘손가락 두 마디’ 규칙을 따르고, 몸 전체에는 성인 기준 약 30ml(소주잔 한 잔 분량) 정도의 양을 사용해야 한다. 스프레이나 스틱 타입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단순히 뿌리거나 문지르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손으로 꼼꼼하게 펴 발라 빈틈없이 도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잊기 쉬운 귀, 목덜미, 손과 발까지 신경 써서 발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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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4: 덧바르는 것을 잊어버리기
아침에 완벽하게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다고 해서 그 효과가 하루 종일 지속되지는 않는다. 땀을 흘리거나, 수영을 하거나, 수건으로 몸을 닦는 과정에서 차단제는 생각보다 쉽게 지워지고 증발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외선 차단 성분 자체가 화학적으로 분해되어 효과가 감소하기도 한다.특히 물속에서는 시원하게 느껴져 햇볕의 강도를 인지하기 어렵지만, 물은 자외선을 반사시켜 피부에 닿는 자외선 양을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휴가지에서 즐기는 음주는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햇볕의 위험에 대한 민감도를 낮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화상을 입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올바른 방법: 일반적으로 2시간에 한 번씩 덧바르는 것을 권장한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수영을 한 후에는 ‘내수성(water-resistant)’ 제품이라도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낸 뒤 즉시 덧발라야 한다. 내수성 제품에 표기된 40분 또는 80분이라는 시간은 해당 시간 동안 물속에서 차단력이 유지된다는 의미이지, 방수를 뜻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실수 5: 자외선 차단제를 다른 제품과 섞어 사용하기
자신이 원하는 피부 표현이나 제형을 만들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파운데이션이나 로션과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자외선 차단제의 화학적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본연의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자외선 차단제는 자외선 필터 성분들이 피부 위에서 균일한 보호막을 형성해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 다른 제품과 섞일 경우, 이 보호막이 깨지거나 불균일하게 형성되어 자외선이 피부에 그대로 침투하는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결국 SPF 지수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올바른 방법: 제품을 섞지 말고, 순서대로 겹쳐 발라야 한다. 스킨케어 제품을 바른 후, 자외선 차단제를 도포하고, 차단제가 완전히 마른 뒤에 메이크업을 시작하는 ‘레이어링’이 원칙이다. 이는 각 제품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유지하면서 피부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