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급증에도 경차 판매량은 제자리걸음, 그 빈자리를 채우는 차종의 정체
한국 자동차 시장, ‘다운사이징’이 아닌 ‘양극화’로 가는 진짜 이유
소형 SUV와 중고 수입차가 채우는 차급 양극화 현상
1인 가구는 대세, 그러나 자동차는 그대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약 35%에 달하며, 이는 사회의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는 경제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1인 가구가 늘면 경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며, 경차 판매량은 오히려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추세다.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30대 미혼 1인 가구와 50대 이상 장년층 1인 가구가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경차 대신 다른 선택지를 찾고 있다. 젊은 세대는 사회적 시선과 만족감을, 장년층은 은퇴 후의 품위와 실용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다.
레이 / 기아
늦어지는 첫차, 높아지는 눈높이
과거 20대의 ‘생애 첫 차’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장기적인 경기 둔화와 좁아진 취업문으로 인해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 시점이 크게 늦춰졌다. 2000년대 중반 26세 전후였던 대졸 첫 취업 평균 연령은 이제 30세에 가까워졌다.취업이 늦어지니 결혼도 미뤄지고, 가처분 소득은 줄어든다. 자연스레 자동차와 같은 고가 내구재 소비는 후순위로 밀려난다. 어렵게 첫 차를 구매할 여력이 생겼을 때, 소비자들은 이왕이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괜찮은 차’를 선택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디 올 뉴 셀토스 외관 / 사진=기아
경차의 빈자리를 채운 소형 SUV와 중고 수입차
바로 이 지점에서 소형 SUV가 시장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소형 SUV는 경차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제대로 된 차를 소유했다’는 심리적 만족감과 함께 넓은 공간 활용성, 비교적 높은 안전성을 제공한다. 이는 실용성을 중시하면서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한국 특유의 소비문화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또 다른 흐름은 중고 프리미엄 차량 시장의 성장이다. 2천만 원대 예산으로 신차급 소형 SUV 대신 5~10년 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세단을 선택하는 30대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 자동차를 통해 사회적 지위와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메르세데스 벤츠 /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미래 자동차 시장은 양극화로 간다
결론적으로 1인 가구 시대의 자동차 시장은 ‘다운사이징’이 아닌 ‘양극화’로 재편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소형 SUV와 중고 프리미엄 차량이 엔트리카 시장을 대체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고가의 대형 SUV와 럭셔리 브랜드의 수요가 굳건히 성장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아예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 서비스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소유’ 계층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이는 한국 자동차 시장의 미래가 단순히 차의 크기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경제 구조와 사회적 인식이 복합적으로 얽힌,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인 셈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