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하이브리드 강자로 불리던 일본차, 어쩌다 중국 단일 브랜드에 밀렸나
BYD에 이어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까지 상륙 예고, 수입차 시장 지각변동 시작됐다
본격적인 여름의 문턱인 6월, 국내 수입차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오랜 기간 견고했던 시장 구도에 균열을 내는 이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지각 변동의 핵심에는 ‘전기차’ 대중화,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 그리고 몰라보게 달라진 ‘소비자 인식’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전통의 강자 일본차와 신흥 강자 중국차의 대결은 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과가 현실이 됐다. 단 하나의 중국 브랜드가 만들어낸 판매량은 국내 수입차 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때 넘볼 수 없던 일본차, 단일 브랜드에 무너졌다
이토록 극적인 변화를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지난 4월,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자동차는 총 2,023대가 판매되며 사상 처음으로 일본차 전체 판매량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렉서스, 도요타, 혼다 등 일본 브랜드의 총판매량은 1,974대에 그쳤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판매량이 사실상 BYD 한 브랜드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렉서스가 1,079대, 도요타가 829대, 혼다가 66대를 판매하는 동안 BYD는 홀로 2,023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한때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시장을 호령하던 일본 브랜드 전체가 중국의 신생 브랜드 하나에 밀린 셈이다.
가격 경쟁력과 달라진 소비자 인식이 판을 바꿨다
BYD의 폭발적인 성장 배경은 무엇일까. 단순히 저렴하기만 하다는 평가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강력한 무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적인 역할은 달라진 ‘소비자 인식’이 했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테슬라 모델Y가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중국 생산’ 차량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크게 허물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4천만 원대 예산으로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BYD는 거부하기 힘든 선택지로 떠올랐다. 성장세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4월 첫 고객 인도를 시작한 BYD는 올해 3월 누적 판매 1만 75대를 기록하며 1년도 채 되지 않아 ‘1만 대 클럽’에 가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 시작일 뿐,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보는 중국
중국차의 공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가성비 모델을 앞세운 BYD에 이어,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최근 서울 강남에 브랜드 갤러리를 열고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BYD가 대중적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지커가 프리미엄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수입차 시장 경쟁은 전례 없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격 경쟁력을 넘어 상품성까지 인정받기 시작한 중국 전기차의 도전은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독일과 일본 브랜드가 양분하던 국내 수입차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시작됐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