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A110, 순수 전기차 전환 계획에 급제동 걸렸다
미국 시장과 수익성, 내연기관 부활 검토의 진짜 배경
르노의 고성능 브랜드 ‘알핀(Alpine)’이 전동화 전략에 급제동을 걸었다. 차세대 스포츠카 A110을 순수 전기차로만 내놓겠다던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의 배경에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가 있다. 바로 ‘미국 시장’, ‘수익성’, 그리고 여전히 강력한 ‘내연기관’ 선호도다.
필리프 크리에프 알핀 CEO가 직접 가솔린 모델 개발 검토를 언급하면서, 회사의 미래 전략 전체가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미국 시장이 전동화 전략을 흔들었다
알핀의 고민이 깊어진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시장이다. 회사는 북미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지 분위기는 순수 전기 스포츠카에 아직 미온적이다.
고성능 모델일수록 전통적인 내연기관의 감성과 사운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만으로는 거대한 미국 시장에서 유의미한 판매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결국 전동화라는 대의명분과 미국 시장 공략이라는 실리 사이에서 알핀의 저울질이 시작된 셈이다.
결국 문제는 비용과 수익성이었다
시장 상황만큼 중요한 것은 역시 돈이다. 알핀은 오는 10월까지 차세대 A110 개발을 마무리하고, 이후 가솔린 모델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최종 검토할 계획이다.
만약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올해 말 개발을 최종 승인할 수 있다. 이 경우 양산까지는 약 2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신차 개발 책임자 입장에서 불확실한 전기차 시장에만 모든 것을 걸기는 어려운 결정이다.
여기에 프랑스 현지의 높은 내연기관 차량 세금 문제도 얽혀있다. 알핀은 고가 소량 판매 전략과 가격을 낮춘 대량 판매 전략 사이에서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연기관 모델 부활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카드 중 하나다.
그럼에도 전기 A110은 포기하지 않는다
내연기관 모델을 재검토한다고 해서 전기차 개발을 멈춘 것은 아니다. 알핀은 차세대 전기 A110이 현존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뛰어넘는 성능을 갖출 것이라고 자신한다.
새로운 A110에는 800V 고전압 시스템과 듀얼 모터 후륜 e-액슬이 탑재된다. 특히 배터리를 차량 앞(25%)과 뒤(75%)에 분산 배치해 40:60이라는 이상적인 무게 배분을 구현한 점이 눈에 띈다.
물론 전기차의 한계도 명확하다. 차체 무게는 기존 모델보다 약 300kg 무거워진다. 하지만 알핀은 액티브 토크 벡터링, 알루미늄 서스펜션 등 최신 기술로 이를 극복하고, 최대 성능으로 서킷을 약 20분간 주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포르쉐, BMW 등 여러 브랜드가 전동화 속도를 조절하는 흐름 속에서 알핀의 이번 결정은 시장 현실에 맞춰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