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개편’ 후폭풍…홍민택 CPO, 나무위키에 “허위 내용 삭제해달라” 요청
“비방 목적의 허위 게시물” 법적 대응 예고

사진=홍민택 CPO 프로필
사진=홍민택 CPO 프로필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 홍민택이 최근 자신과 관련된 ‘카카오톡 개편 논란’ 문서를 삭제해달라고 나무위키 측에 공식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기업인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나무위키에 따르면 홍민택 CPO는 변호사를 통해 ‘2025년 카카오톡 대개편 논란’ 및 AI 풍자곡 ‘카톡팝’ 관련 게시물의 삭제를 요청했다. 그는 해당 문서가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임시조치(비공개)를 신청했다.

홍민택 CPO 측은 “사내에 카르텔을 형성해 자신의 기획을 강행했다”거나 “카카오톡 개편 반응이 긍정적이라며 자화자찬하고 있다”는 문구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내용은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물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부 이용자들은 홍 CPO가 실무진 반대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 ‘친구탭’ 개편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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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CPO 측은 “작성자가 제시한 근거는 블라인드 게시물 캡처뿐이며, 사실 확인 없이 허위 내용을 기재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 비방 목적이 뚜렷하다”며 나무위키 측에 문서 임시조치를 요청했다. 아울러 자신을 소재로 제작된 AI 풍자곡 ‘카톡팝’에 대해서도 초상권과 제3자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함께 삭제를 요구했다.

이에 나무위키 운영사 ‘리브레 위키재단’은 해당 문서를 오는 11월 8일까지 임시조치한 상태다. 다만 홍민택 측이 요청한 ‘신청서 비공개’는 받아들이지 않고, 요청 사실과 사유를 투명성 보고서에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삭제 요청자 이름, 근거 법조항, 요청 사유 등이 포함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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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는 이용자들이 직접 문서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오픈형 플랫폼으로, 높은 접근성과 익명성을 기반으로 방대한 정보를 축적해왔다. 그러나 허위정보나 편향된 서술이 퍼지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글로벌 트래픽 분석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나무위키는 국내 웹사이트 중 구글, 네이버, 유튜브, 다음에 이어 다섯 번째로 방문자가 많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이 나무위키 문서 삭제를 요청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대기업 임원이 직접 나선 경우는 드물다. 업계 관계자는 “나무위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공인뿐 아니라 기업 경영진도 여론 관리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는 추세”라며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 보호 사이의 균형이 앞으로 더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홍민택 CPO는 카카오톡의 대규모 개편을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달 카카오는 15년 만에 친구탭을 ‘피드형’으로 전환하는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이용자 불만이 폭주해 일주일 만에 기존 버전으로 복원했다. 이 과정에서 홍 CPO를 둘러싼 내부 반발과 책임 논란이 불거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잡음이 커졌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