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 테슬라, 한국에선 왜 ‘불통의 아이콘’이 되었나

미래 자동차의 상징, 테슬라.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스스로 차선을 맞추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총알처럼 튀어 나간다. 하지만 그 짜릿한 미래를 경험하는 것도 잠시, 어느 날 갑자기 계기판에 떠오른 경고등 하나에 현실은 악몽으로 변한다. ‘전기차의 두뇌’라 불리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그때부터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된다.
테슬라(사진=픽사베이)
테슬라(사진=픽사베이)


내 차는 어디에…2년 반 만에 끝난 수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는 충격적이다. 지난 5년간 테슬라의 BMS 평균 수리 기간은 무려 23.4일. 한 달 가까이 차를 세워둬야 하는 셈이다. 심지어 가장 오래 걸린 사례는 926일, 2년 6개월이라는 믿기 힘든 시간이 걸렸다.
출처=테슬라
출처=테슬라


더 황당한 것은 갓 출고된 신차에서도 문제가 터져 나온다는 점이다. 주행거리가 불과 5km인 모델3에서 BMS 오류가 발생했고, 250km도 채 타지 않은 신차 10대에서 같은 문제가 발견됐다. 한두 번도 아니다. 똑같은 문제로 2번 이상 서비스센터를 들락날락한 차도 260대가 넘는다. “차가 아니라 돈 먹는 고철 덩어리를 샀다”는 차주들의 원성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테슬라(사진=픽사베이)
테슬라(사진=픽사베이)


11만 대 팔고 서비스센터는 고작 14곳

테슬라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2020년 약 1만 5천 대에 불과했던 국내 등록 대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11만 2천 대로 7배 이상 급증했다. 덕분에 테슬라코리아의 매출은 1조 7천억 원을 넘어섰다.
테슬라 모델Y (출처=테슬라)
테슬라 모델Y (출처=테슬라)


하지만 차주들을 위한 서비스 인프라는 제자리걸음이다. 전국에 공식 서비스센터는 고작 14곳. 그마저도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있다. 대전, 울산, 충북, 전북 등 8개 시도에는 서비스센터가 단 한 곳도 없어, 해당 지역 차주들은 수리를 위해 수백 km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현대차가 전기차 수리에 평균 1.3일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충전 기술만 ‘미래’, 서비스는 ‘과거’

아이러니하게도 테슬라의 충전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도 기존보다 2배 빠른 ‘V4 슈퍼차저’를 도입하며 초고속 충전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차주들은 냉소적이다. “고장 나면 몇 달씩 차를 세워둬야 하는데, 충전이 빠르면 무슨 소용이냐”는 불만이 쏟아진다.
테슬라 모델 Y 주니퍼 측정면2 (출처=테슬라)
테슬라 모델 Y 주니퍼 측정면2 (출처=테슬라)
결국 참다못한 국회까지 나섰다. 박용갑 의원은 “판매량만 늘리고 사후 관리는 방치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며 “배터리 보증 기간 연장과 전국적인 정비망 구축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기본적인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일 뿐이다. 전기차 혁신의 아이콘이 ‘배짱 영업’의 대명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소비자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