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유럽 판매량 전년 대비 40.2% 폭락, 5개월 연속 내리막길… CEO 리스크와 중국산 전기차 공세에 ‘이중고’
전기차의 상징, 테슬라의 위상이 심상치 않다. 유럽 시장에서 테슬라 판매량이 무려 40% 넘게 급감하며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때 시장을 압도하던 혁신의 아이콘이 어쩌다 이런 상황에 부닥쳤을까? 그 배경에는 선을 넘은 CEO의 ‘입’과 무섭게 추격해오는 ‘가성비’ 중국 전기차의 공세가 자리하고 있다.
테슬라 사이버트럭(출처=테슬라)
잘나가던 시장에서 ‘나 홀로 역주행’
숫자는 충격적이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 5월 유럽 판매량은 1만 3,863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0.2%나 증발한 수치다. 이로써 테슬라는 5개월 연속 판매량 감소라는 뼈아픈 기록을 쓰게 됐다.

테슬라 모델3 하이랜드 측후면 (출처=테슬라)

테슬라 모델Y(사진=테슬라 코리아 제공)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CEO 일론 머스크의 ‘입’이 꼽힌다. 그는 지난 2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유럽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테슬라 모델 Y 주니퍼 측후면2 (출처=테슬라)
해당 정당은 과거 나치를 연상시키는 발언과 반이민 정책 등으로 유럽 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는 곳이다. 이런 정치적 행보는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날렸고, 특히 역사적 상처가 있는 독일 소비자들의 강력한 반감을 샀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머스크가 한순간에 ‘논란의 인물’로 전락하며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테슬라 텍사스 서비스센터 (출처=인터넷커뮤니티)
‘가성비’ 앞세운 중국의 무서운 공세
테슬라가 주춤하는 사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 전기차들이 그 자리를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BYD를 필두로 한 중국 브랜드들은 유럽 시장에서 무서운 기세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5월 한 달간 중국 브랜드 전기차는 유럽에서 6만 5,808대가 팔려나가며 점유율을 5.9%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뛰어오른 수치다. 매력적인 디자인과 괜찮은 성능에 ‘착한 가격’까지 더해지니, 굳이 비싸고 논란 많은 테슬라를 고집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 모델 2 예상도(출처=오토익스프레스)
전기차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테슬라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지, 전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혁신적인 신차 출시와 무너진 신뢰 회복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풀어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