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이 휩쓴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생존 투쟁.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의 압도적 연기력과 디스토피아적 미장센

넷플릭스 추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만약 서울 한복판에 대지진이 일어나 내가 사는 아파트만 덩그러니 남는다면, 당신은 외부 생존자들에게 기꺼이 문을 열어줄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이 끔찍한 가정이 스크린 위에 가장 현실적인 모습으로 펼쳐진다. 2023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리고, 넷플릭스 영화 <황야>의 세계관을 열었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바로 그 무대다.
단순한 재난 영화를 넘어, 생존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가장 깊은 본성을 끄집어내는 이 작품의 섬뜩한 기록 속으로 들어가 본다.
황폐한 서울, 유일한 안식처가 된 ‘황궁 아파트’
영화의 시작은 처참하다. 원인 모를 대지진으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순식간에 폐허로 변한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잿빛 풍경 속, 기적처럼 단 한 곳, ‘황궁 아파트’만이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살아남은 이들에게 이곳은 유일한 희망이자 마지막 안식처다. 외부 생존자들이 살기 위해 황궁 아파트로 몰려들면서,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넷플릭스 추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서준, 박보영
“우리는 선택받았다”… 경계선이 그어지다
초반의 혼란 속에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뭉친다. 임시 주민 대표로 선출된 ‘영탁’(이병헌)을 중심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식량을 배급하며 그들만의 질서를 구축한다.“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라는 명분 아래, 생존자들은 ‘주민’과 ‘외부인’이라는 명확한 경계선을 긋는다. 이 과정에서 평범한 공무원 ‘민성’(박서준)은 아내 ‘명화’(박보영)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규칙에 점차 동화되어 간다. 하지만 간호사 출신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우선시했던 명화는 이러한 배타적인 시스템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갈등의 씨앗을 틔운다.

넷플릭스 추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아파트 공화국, 생존은 곧 권력이 되다
황궁 아파트는 점차 외부와 단절된 작은 ‘독립 국가’가 된다. 영탁의 카리스마와 단호한 리더십은 주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만, 그의 권력은 서서히 광기로 변질된다.내부의 불만과 외부의 위협이 커질수록 그의 통제는 더욱 강압적으로 변하고, 주민들은 생존이라는 절대적인 가치 앞에서 비인간적인 결정에도 침묵하거나 동조한다. 영화는 “생존을 위해 인간다움을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한 영화 평론가는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가 갖는 상징성은 단순한 주거 공간 그 이상”이라며, “영화는 아파트라는 견고한 성 안에서 ‘우리’가 아닌 타인을 배척하는 집단 이기주의의 민낯을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으로 탁월하게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 추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되는 등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재난은 끝났지만, 영화가 남긴 질문은 2025년 오늘,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유효하다.
와플릭스 : “오늘 뭐 볼까?” 끝없는 고민은 이제 그만! 《뉴스와》가 넷플릭스 속 숨은 보석 같은 작품들을 대신 골라드립니다. 리모컨만 돌리다 하루를 날리는 일 없이, 확실한 재미와 새로운 발견을 보장합니다.

넷플릭스 추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