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불 때 더 생각나는 한국형 새드무비…가슴 먹먹해지는 감동 스토리

소지섭·손예진부터 류승룡까지, 믿보 배우들의 역대급 눈물 연기

어느덧 스치는 바람이 제법 쌀쌀해졌다. 유독 마음이 허전해지는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이럴 때일수록 가슴 한편을 저릿하게 만드는 슬픈 영화 한 편이 간절해진다.

잠들어 있던 감수성을 깨우고 묵은 감정을 시원하게 쏟아내게 할 넷플릭스 속 한국 영화 네 편을 소개한다.

애틋한 판타지 로맨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 넷플릭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 넷플릭스


세상을 떠난 아내가 비 오는 날 돌아온다는 판타지 설정은 자칫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는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로 설득력을 얻는다.

기억을 잃은 채 돌아온 아내 ‘수아(손예진)’와 그녀를 다시 사랑하게 되는 남편 ‘우진(소지섭)’, 그리고 엄마와의 짧은 재회를 소중히 여기는 아들 ‘지호(김지환)’의 이야기는 한국적인 가족 정서를 섬세하게 녹여내며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특히 자신이 곧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가족을 위해 애써 미소 짓는 수아의 모습과 그녀가 남긴 일기장을 통해 모든 비밀을 알게 된 우진의 오열은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희생으로 완성된 사랑, ‘오직 그대만’



영화 오직 그대만 / 넷플릭스
영화 오직 그대만 / 넷플릭스
‘오직 그대만’(2011)은 전직 복서 ‘철민(소지섭)’과 시력을 잃어가는 ‘정화(한효주)’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다.

어두운 과거를 지닌 철민이 정화를 만나 변화하고, 그녀의 수술비를 위해 목숨을 건 경기에 나서는 과정은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으나, 사랑하는 이를 위한 숭고한 희생이라는 주제 의식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 사람 냄새가 기억나요”라며 철민을 그리워하는 정화의 대사나, 마침내 시력을 되찾고 눈물 속에서 그를 알아보는 마지막 장면은 한국 멜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힌다.

소지섭의 거칠지만 따뜻한 순애보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상실 후의 삶을 위로하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 넷플릭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 넷플릭스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 없이,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담담하게 그려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2023)는 또 다른 결의 울림을 준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은 ‘희주(박하선)’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이들을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제는 아무도 나에게 묻지 않아요”라는 희주의 독백처럼, 상실의 아픔을 겪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대사와 상황들이 마음을 파고든다.

배우 박하선의 절제된 눈물 연기는 슬픔의 깊이를 한층 더한다.

눈물의 끝판왕, ‘7번방의 선물’

7번방의 선물 / 네이버 영화
7번방의 선물 / 네이버 영화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이 영화를 빼놓고 슬픈 영화를 논하기는 어렵다.

‘7번방의 선물’(2013)은 6살 지능의 아빠 ‘용구(류승룡)’가 살인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흉악범들이 모인 7번방 동료들이 그의 딸 ‘예승(갈소원)’을 몰래 반입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은 유쾌한 웃음을 유발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부조리한 현실과 순수한 부성애의 대비가 극명해지며 관객들의 눈물을 쏟아내게 만든다.

특히 사형장으로 향하기 전 딸의 이름을 부르짖는 용구의 마지막 모습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장면이다.

‘7번방의 선물’은 현재 국내 넷플릭스에서는 서비스되지 않으며, 튀르키예에서 리메이크된 ‘7번방의 기적’을 통해 비슷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