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아는 ‘가성비 제왕’… 그랜저·K8 부럽지 않은 승차감의 재발견

신차 가격은 천정부지, 인기 중고차마저 ‘금값’이 되어버린 시대. 1천만 원짜리 예산을 들고 중고차 시장에 나가면 살 만한 차가 경차나 소형차밖에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기 십상이다. 만약 바로 그 돈으로 넉넉한 공간과 V6 엔진의 부드러운 품격을 갖춘 준대형 세단을 소유할 수 있다면, 이건 사기일까 아니면 마법일까?

여기, 고물가 시대의 놀라운 해답이 있다. 2020년 단종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성비 제왕’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르노코리아의 SM7이다.

르노 SM7 측정면 (출처=르노)
르노 SM7 측정면 (출처=르노)

900만 원? 가격표를 의심하게 만드는 마력

SM7 중고차의 가장 큰 매력은 두말할 필요 없이 가격이다. 실제로 2015년 이후 출시된 ‘SM7 노바’ 모델은 주행거리나 상태에 따라 500만 원대에서도 매물을 찾을 수 있으며, 마지막 연식인 2019년식조차 1천만 원 초반대에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이는 동급 경쟁 모델인 그랜저 HG나 K7 프리미어와 비교하면 더욱 파격적이다. 비슷한 연식의 그랜저나 K7이 여전히 1천만 원 중후반대를 훌쩍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것을 생각하면, SM7은 절반에 가까운 예산으로 동급의 품격을 누릴 수 있는 유일무이한 선택지다.
르노 SM7 측면 (출처=르노)
르노 SM7 측면 (출처=르노)


심장은 ‘명품’, 닛산 VQ 엔진의 부드러움

저렴한 가격으로 얻는 가치는 기대 이상이다. SM7의 심장인 V6 VQ 엔진은 과거 닛산의 명기 엔진을 기반으로 해, 실크처럼 부드러운 회전 질감과 뛰어난 정숙성을 자랑한다. 당시 국산 동급 세단 중 가장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 주력인 2.5L 모델은 190마력으로 일상 주행에 전혀 부족함이 없으며, 넉넉한 6기통의 감성은 4기통 엔진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만족감을 선사한다.
르노 SM7 실내 (출처=르노)
르노 SM7 실내 (출처=르노)


전장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는 광활한 실내 공간을 보장한다. 패밀리카로 사용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2열 공간은 실소유주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장점으로 꼽힌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반드시 알아야 할 단점

물론 완벽한 차는 아니다. 가장 큰 약점은 8~9km/L 수준의 연비. 유류비에 민감하다면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단종된 비인기 차종의 특성상 현대·기아차만큼 부품 수급이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고장 시 수리 기간이 길어지거나 비용이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미리 단골 카센터를 정해두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르노 SM7 측후면 (출처=르노)
르노 SM7 측후면 (출처=르노)
SM7 중고차는 모두를 위한 정답이 아니다. 하지만 브랜드나 최신 편의 기능보다는, 합리적인 예산 안에서 넓은 공간과 V6 엔진의 부드러움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는 운전자에게 이보다 더 현명한 선택은 찾기 어렵다. 연간 주행거리가 많지 않다면, SM7은 당신의 차고에서 가장 만족도 높은 ‘계산된 사치’가 될 것이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