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로리 손명오 역’ 김건우, 김고은 박지현 첫사랑 됐다
‘은중과 상연’ 성숙한 첫사랑 김상학 변신

사진=넥플릭스 ‘은중과 상연’
‘더 글로리’ 속 학폭 가해자 손명오를 기억한다면 놀랄 만한 반전이다. 김건우가 넷플릭스 신작 ‘은중과 상연’에서 따뜻하고 성숙한 첫사랑 ‘김상학’으로 돌아와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김건우가 그려낸 ‘김상학’은 첫사랑의 달콤함과 불안, 책임까지 품은 입체적 인물이다. 사진 동아리 선배이자 은중(김고은)의 남자친구로 등장한 상학은 카메라와 사람을 진중하게 사랑하는 성격으로 은중의 상처를 햇살처럼 감싸 안는다. 군 입대를 앞두고 전한 낮고 부드러운 고백, 쓰러지는 조명 앞에서 먼저 몸을 던지는 장면은 그가 왜 은중과 상연(박지현)의 20·30대를 흔든 ‘중심축’인지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사진=넷플릭스
김건우의 연기는 감정의 결을 ‘시간’으로 입혀 완성된다. 20대의 설렘과 서툼, 30대의 절제와 책임으로 층위를 달리하며 목소리 톤과 스타일링까지 세밀하게 바꿔 몰입을 높였다. 특히 은중을 바라보는 눈빛 연기는 상대의 마음에 닿고자 하는 온기의 온도를 정확히 조절한다. 다정하지만 이기적일 수도 있는 사랑, 성숙하지만 흔들리는 마음—상학의 역설을 김건우는 과장 없이 설득한다.

사진=KBS
작품은 두 친구의 30년에 걸친 감정사(史)를 해부하듯 따라가며, 상학은 그 복잡한 궤적을 가속하는 촉매다. ‘사건’보다 ‘감정’으로 쌓는 서사 속에서 그는 은중에게는 버팀목이자 유혹, 상연에게는 균열이자 자극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시청자는 상학의 선택에 설레다가도 불편해지고, 응원하면서도 멈칫한다. 그 모순이 곧 사람이고, 첫사랑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 남자, ‘더 글로리’의 손명오 맞아?”라는 반응이 자연스레 튀어나온다는 것. 학폭 가해자 손명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건우가 이번에는 따뜻하고 단단한 청년으로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잔혹함의 냉기를 지웠다고 해서 존재감이 흐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절제된 호흡과 눈빛으로 남긴 잔상은 더 길다. 곧 방송될 KBS2 ‘마지막 썸머’에서 항소심 전문 변호사 서수혁으로 변신을 예고한 그가 어디까지 넓어질지, ‘상학’이 남긴 여운이 다음 작품으로 어떻게 번질지 기대가 커진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