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감독의 스릴러, 안젤리나 졸리의 변신, 인도네시아산 좀비물까지… 넷플릭스 주말 추천작
지루했던 평일이 지나고 드디어 주말이 찾아왔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 외출도 좋지만, 편안한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누르는 것만큼 확실한 휴식도 드물다.전설적인 예술가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부터 숨 막히는 정치 스릴러, 오싹한 좀비물,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컬트 클래식까지, 이번 주말 넷플릭스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묵직한 신작들을 대거 공개했다.
‘마리아’, 전설을 연기한 안젤리나 졸리의 ‘최고작’
안젤리나 졸리, 영화 마리아(2024) / 넷플릭스
이번 주 라인업 중 가장 압도적인 변신을 보여주는 작품은 단연 ‘마리아(Maria)’다. 영화는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의 영광과 쇠락이 교차하던 말년의 파리 생활을 그린다.
안젤리나 졸리는 마리아 칼라스 그 자체가 되기 위해 오페라와 이탈리아어까지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안젤리나 졸리가 맞나?” 싶을 정도의 변신이다.
외신들은 “졸리 커리어 최고의 연기 중 하나”, “마리아 칼라스를 감정적으로 밀도 있게 재현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마리아’는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전작 ‘재키’, ‘스펜서’처럼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기보다 인물의 내면과 감정, 분위기를 탐구하는 데 집중하는 예술 영화에 가깝다.
이 때문에 “영화가 다소 난해하고 리듬이 느리다”는 반응과 “미장센과 연기가 매혹적이다”라는 호평이 공존한다. 오페라나 깊이 있는 인물극을 선호하는 시청자에게 강력히 추천된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1초도 방심할 수 없는 핵 위협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A House of Dynamite) / 넷플릭스
영화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미사일 한 발이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충격적인 설정에서 시작한다.
누가, 왜 쐈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백악관과 펜타곤은 정체불명의 위협 앞에서 진실을 파헤치고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분초를 다툰다. 영화는 이 과정을 실시간에 가깝게 따라가며 극강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가 특별한 이유는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로 아카데미를 석권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2017년 ‘디트로이트’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복귀작이기 때문이다.
이드리스 엘바, 레베카 퍼거슨 등 이름만 들어도 신뢰가 가는 배우들이 출연해 몰입도를 높인다. 이미 베니스 영화제에서 11분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작품성도 입증했다.
‘불사의 약’, K-좀비를 위협하는 ‘인도네시아 좀비’
불사의 약(The Elixir) / 넷플릭스
영화는 한 시골 마을에서 전통 허브 약(자무) 사업을 하는 가족이 ‘젊음을 유지하는 약’을 개발하려다 끔찍한 언데드 감염 사태를 일으키며 시작된다. 단순한 좀비 서바이벌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전통 허브, 마을 축제, 댕둣 음악 등 현지 문화가 공포와 긴밀하게 결합해 색다른 공포를 만들어낸다.
제작진은 좀비 연출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200명 이상의 배우가 3~4시간이 걸리는 특수 분장을 받았고, 워크숍을 통해 좀비 특유의 움직임을 완성했다.
현지에서는 “인도네시아적 색채를 살린 좀비 영화”라는 호평과 함께 “오랜만에 손에 땀이 났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만 공포 장르 특성상 잔혹한 묘사가 다수 포함되어 시청에 주의가 필요하다.
‘아메리칸 사이코’, 시대를 초월한 ‘컬트 클래식’의 귀환
아메리칸 사이코(2000) / 출처 : kinolights
1980년대 뉴욕 월가를 배경으로, 완벽한 외모와 화려한 스펙 뒤에 폭력적인 살인 본능을 숨긴 투자은행가 ‘패트릭 베이트먼’의 이중성을 그린다.
이 영화는 크리스찬 베일이라는 배우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그는 자본주의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풍자와 광기를 완벽하게 오가며 섬뜩한 연기를 펼쳤다.
단순한 공포 스릴러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허영과 소외감을 날카롭게 꼬집는 블랙코미디로 분류된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수많은 ‘밈(meme)’을 생성하며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다. 다만, 폭력적인 묘사가 상당히 포함되어 있어 시청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

